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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에서 40종류의 열매가?

세상에서 제일 신기한 나무

사과나무면 사과, 배나무면 배. 우리가 아는 보통의 나무에는 한 종류의 과일만 열립니다. 그런데 한 그루에 무려 40 종류의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한 그루에 여러 가지 색의 꽃이 한꺼번에 핀 나무
ⓒ Sam Van Aken

아마 한 그루에 여러 종류의 열매가 열린다면 꽃도 다양하게 필 것입니다. 위 그림은 그 모습을 상상하여 그린 조감도입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라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나무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바로 미국의 예술가 아켄(Sam Van Aken)이 만든 '마흔 열매의 나무'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마흔 열매의 나무'의 비밀

'마흔 열매의 나무'는 접목법으로 만든 것입니다. 접목이란 두 가지 식물을 붙여 하나의 식물체로 만드는 것입니다. 두 가지 식물의 가지가 붙어서 물과 양분이 이동하는 체관부를 공유하면, 하나의 식물체인 것처럼 살 수 있습니다. 이 때 그 이어붙인 가지는 이어붙이기 전 본래 성질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숭아 가지와 자두 가지를 접목했다면, 둘은 한 그루의 나무이지만 복숭아 가지에서는 복숭아 꽃과 열매가 열리고, 자두 가지에는 자두 꽃과 열매가 열리는 것입니다.

 

접목은 과수원에서 흔히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수박도 호박과 접목하여 재배하기도 하며, 그 외 여러 가지 과일들도 접목을 통해 재배됩니다. 접목이 흔한 이유는 각 식물의 장점을 골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병충해에 약한 식물을 병충해의 피해가 적은 식물에 접붙이면, 병충해에 약한 개체가 강한 개체의 특성을 이어받아 그로 인한 피해가 훨씬 줄어듭니다.

 

줄기에 어떤 가지를 접붙일지 계획한 그림
'마흔 열매의 나무'를 계획한 노트. ⓒSam Van Aken

하지만 접목은 상당한 숙련도가 필요하고, 연결하고자 하는 두 식물의 생리적 관계도 맞추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식물이 괴사하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과수원에서는 안전하게 두세 종의 식물만 접붙입니다. '마흔 열매의 나무'는 극단적으로 40종의 식물을 접붙인 첫 사례입니다.

 

 

아켄은 한 그루의 나무를 3년 정도 키워 4~5개의 가지가 나올 때까지 성장시킨 후에, 각 가지마다 하나씩 다른 종류의 가지를 접붙였습니다. 그 후 다시 적응 기간을 두고 네다섯 종류의 가지를 접붙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접붙임과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9년만에 '마흔 열매의 나무'가 탄생되었습니다.

 

미국 뉴욕 시라큐스 대학교에 있는 마흔 열매의 나무. ⓒSam Van Aken

'마흔 열매의 나무'에 열리는 과일은 자두, 복숭아, 체리, 살구 등 모두 핵과류입니다. 핵과류란 가운데에 단단한 씨앗을 과육이 감싸고 있는 열매를 일컫습니다. 같은 종의 식물을 접목해야 성공률이 높으므로, 40 종류의 모든 가지가 핵과류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마흔 열매의 나무'는 뉴욕, 켄터키, 인디아나 주 등 각지에 심어져 있습니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주로 3월부터 5월에 각기 다른 종류의 꽃이 피기 시작해서 7월부터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열매가 익어갑니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
열매를 달고 있는 마흔 열매의 나무. ⓒSam Van Aken

 

왜 만들어졌을까요?

아켄은 왜 '마흔 열매의 나무'를 만들었을까요? 그는 미국 시라큐스 대학교에서 조각을 가르치는 부교수입니다.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흔 열매의 나무'를 기획하고 만들었으며, 식물학 및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시각 예술을 개척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과학적인 목적보다는, 그저 순수한 예술적 목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켄은 점점 과일과 식물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며 그의 나무를 농업적으로 관련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몇몇 과일이 수천 년 전부터 길러져 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를 보존하는 것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과일은 그저 식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는 과일들을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아켄은 처음부터 40개의 나무를 접붙일 계획이었습니다. 40이라는 숫자를 선택한 이유는, 40이 서양 종교에서 수량화 할 수 없으며, 무한하지도 않지만 셀 수 없는 숫자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풍요로움을 상징합니다. 그가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40개나 되는 핵과류를 찾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구실을 겸한 과수원이나 아주 오래된 과수원에 찾아가서 가지를 기증받아 프로젝트를 이어나갔다고 하네요.

 

일각에서는 '마흔 열매의 나무'가 다양성의 존중과 생명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한데 어울린 모습에서 그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시라큐스 대학교는 이 나무를 9.11 테러를 기리는 나무로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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